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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혼기가 꽉 찬 딸을 보며

‘아줌마, 아저씨 샌프란시스코 결혼식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We hope you had a great time. Thank you for your generous wedding gift. We had an amazing honeymoon in Italy. 샌프란시스코를 곧 다시 방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최근 결혼한 친구 딸 부부가 감사 카드를 보내왔다. 서툰 한글 손편지에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내 딸보다 두 살 위인 친구의 딸은 데이팅 앱으로 훌륭한 남편을 찾아 결혼에 성공했다. 갖가지 사기로 개인정보를 빼내는 무서운 세상이라 온라인으로 연인을 찾는 서비스가 낯설고 겁도 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겐 흔한 일인가 보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며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드니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한다.   어느새 혼기가 꽉 찬 내 딸의 생일을 편안한 마음으로 축하하기가 어렵다. ‘나이를 먹을수록 괜찮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질 텐데’,‘쾌활하고 사교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 이성 친구도 없는 딸이 일에만 파묻혀 살다가 본의 아니게 취미가 일이 되는 거 아냐?’ 하고 걱정이 앞선다.     누구를 소개받으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만 하니 갑갑하다. 가만히 있으면 감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얼른 깨닫고 데이팅 앱이든 주위 인맥을 동원하여 소개팅을 받든 어떤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내가 딸을 낳은 90년대 초만 해도 남초현상으로 나중에 남편감 찾기가 쉬울 것이라고 들었는데, 딸이 사는 뉴욕은 결혼 적령기의 남성이 부족하다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결혼 전 동거로 상대를 잘 알아보고 미리 맞춰본 후 결혼하는 젊은 커플이 늘어나는지 내 주변에도 종종 눈에 띈다. 결혼 초기의 높은 이혼율을 생각하면 합리적이란 생각도 들지만, 평생을 같이 산다고 한들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배우자란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고 믿고 의지하는 관계인데 단점이 보인다고 금방 헤어지는 요즘 젊은 커플을 이해하기 어렵다.   딸 가진 친구들과 대화에서 결혼 연령이 늦어지니 난자 냉동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는 화제가 나왔다. 어떤 회사는 30세 이상 여직원이 원하면 재정보조도 해 준다고 들었다. 여성이 만35세가 넘으면 난자의 질이 떨어져 임신 확률이 줄고 만혼이 사회적 분위기로 자리 잡으면서 난자 보관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당장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지만, 난임과 노산 등에 대비해 보험을 드는 것이다. 남의 얘기가 아닌 내 딸의 당면과제라 생각하니 가슴이 벌렁거린다.   내 젊은 날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간다. 어지러울 정도로 세상의 변화속도가 빠르다. 유교 문화에서 성장한 부모세대로서는 거슬리는 점이 많지만, 그들이 어떤 삶을 택하든 응원하고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몫일 것이다.     자녀를 다 결혼시킨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 나는 언제나 숙제를 다 끝낸 듯 개운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최숙희 / 수필가이 아침에 혼기가 결혼 적령기 결혼 초기 결혼 연령

2023-08-09

[독자 마당] 인생은 선택의 연속

새해를 맞을 때마다 몇 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반드시 운동하겠다, 담배는 꼭 끊겠다 등이다. 하지만 작심 삼일로 끝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인생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엇갈린다. 꼭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선택에 달려있다.     봄에는 씨를 파종해야 한다. 씨를 뿌리지 않고는 결실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가을의 결실은 달라진다. 정확한 방향 설정이 없다면 자전거의 페달을 힘차게 밟아도 결국 제자리걸음이다.   연초가 되면 부모들의 걱정 중 하나가 자녀의 결혼 문제다. 주변에 결혼 적령기를 넘긴 자녀 때문에 고심하는 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결혼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한  항변도 있다.   첫째는 경제적인 문제다. 직장도 변변치 않아 부모에게 얹혀살며 방 한 칸 얻을 능력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둘째는 독신주의자 아닌 독신들이다. 경제적인 문제는 없지만 오랜 독신 생활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도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만족과 편리, 안일함에만 도취하여 있다면 사회나 국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스갯소리지만 인구 문제와 관련해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섬이 3개가 있는데 한 섬에는 남자만 100명이 살고, 한 섬에는 여자만 100명이 살았다. 그리고 또 한 섬에는 달랑 남녀 한 쌍만 살았다. 100년 후 남녀 각각 100명이 살았던 두 섬엔 유골만 가득했지만, 남녀 두 명이 살았던 섬엔 사람들도 사람으로 북적였다고 한다.   어느 것이 잘한 선택인가? 노영자·풋힐랜치독자 마당 인생 선택 결혼 적령기 사회 구성원 인구 문제

202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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